★ 지식인 사랑/참고자료실

[기고] 언행일치의 사회, 신뢰와 소통 그리고 존경 - 김진목 박사

갓생지인 2010. 7. 16. 15:03
[기고] 언행일치의 사회, 신뢰와 소통 그리고 존경  
 
김진목 정치학박사 (방송대 서울총동문회장)
  
  
  언행일치는 사전적 의미로 ‘말과 행동이 똑같음’, 또는 ‘말한 대로 실행함’이라고 하고, 신뢰는 ‘믿고 의지함’이라고 하며, 소통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또는 ‘의견이나 의사가 상대편에게 잘 통함’이라고 하고, 존경은 ‘남의 훌륭한 행위나 인격 따위를 높여 공경함’이라고 정의한다.
  2010.6.2.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이번에도 후보자들이 많은 공약을 주장하였다. 당선자들은 아마도 그 공약의 효과를 어느 정도 보았으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과연 당선자들의 공약사항이 모두 지켜질 수 있을지 관건이다. 물론 이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표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공약한 비현실적인 공약이 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할 것이다.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되었다면 이는 유권자들을 기만한 꼴이 된다. ‘언행불일치’의 순간이다.
  작년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이 미디어법 처리에 항의해 의원직사퇴서를 제출하고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에 들어갔으나 몇 개월 뒤 ‘원내복귀’를 선언하며 국회로 복귀하여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경기지사 야권후보단일화 경선에 나선 민주당후보가 의원직사퇴서를 국회의장에 제출하고 경선에 나섰으나 국민참여당후보에게 패하고 얼마 뒤 국회의장의 사퇴서반려로 다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것은 좀 심하지 않나 싶다. 공인으로서 국민앞에서 사퇴한다고 말을 하고 사퇴서를 제출했으면 이유가 어떻든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원내복귀선언’이나 의장의 ‘사퇴서반려’로 다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을 지지한 지역구 주민들이나 국민에게 행할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사퇴로 말미암는 ‘보궐선거’도 문제지만 이러한 ‘사퇴’의 남발은 정치인 스스로 도덕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또한 ‘언행불일치’의 사례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언행불일치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가 있다.
  1961.5.16. 박정희 소장이 군사정변을 일으키고 내세웠던 혁명공약 중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추겠다’고 하였으나 결국 1963년 군복을 벗고 민주공화당 총재로 제5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 이후 16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하였고, 1992년 12월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김대중후보는 정치은퇴를 선언하고 1993년 1월 영국으로 출국하였다. 그런데 3년 뒤 1995년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에 당선되었다. 이것도 또한 언행불일치의 사례라 할 것이다.
  이뿐이랴! 북한의 김정일정권도 말로는 늘 ‘우리민족끼리’라며 자주통일과 평화통일 외치나 행동으로는 1999년 1차 연평해전과 2002년 2차 연평해전, 그리고 2009년 대청해전을 일으키고,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자행하는 등 무력공격하고, 그리고 2009년 2차 핵실험과 2009년 수 차례 미사일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자행하는 등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언행일치가 무시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오히려 이를 지키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왜 말을 했으면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기 어렵거나 아예 지킬 의지가 없어 그럴 것이다.
  그러면 왜 약속을 했을까? 그것은 바로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폐습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사기범죄가 많고, 피의자나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해도 처벌이 되지 않은 나라이다. 피고인은 아예 법정에서 거짓말을 해도 그 자체로는 처벌대상이 안된다. 그나마 증인이 선서 후 위증했을 때 처벌되는 나라이다. 그러니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말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말 한마디에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언행을 일치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말을 하면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가정의 부모와 자식도, 학교의 선생과 학생도, 직장의 선·후배도 모두가 ‘언행일치의 생활화’를 실천해야한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지도자들도 당연히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퇴치할 수 있도록 법제의 개편도 필요하다. 절대로 거짓말이 권리인양 행세하는 세상에서는 언행일치의 사회는 존재할 수가 없다.
  언행일치의 사회가 된다면 이 사회는 ‘정직한 사회, 신뢰하는 사회, 책임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불신의 벽이 해소되며 서로 간 믿고 의지하는 사회로 발전할 것이다. 더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사회문제인 바로 ‘소통의 문제’도 아울러 해결될 것이다. 그만큼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니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리 만무한 것이다.

  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행일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말을 책임지는 사람’은 영향력이 있고 두터운 신뢰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확고한 신뢰감으로 막힌 소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신뢰감과 책임감이 있는 언행일치가’는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권력이나 재력이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훌륭한 인격자들이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런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평소 부의 사회 환원을 주장하며 이를 실천하는 수백조원의 세계적 재벌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최근 자청하여 미국 등 400대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선행’에 이들을 존경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재벌이나 부자들이 ‘상속’에 연연하지 말고 재산의 상당액을 사회 환원할 수 있도록 사회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언행일치가 무척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약속을 지켜야만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설 수가 있는 것이다. 행동이 없고 말로만 하는 사회, 거짓말이 판치는 세상, 수많은 재산을 배우자나 자식들에게만 상속시키는 사회, 신뢰와 소통이 부족한 세상, 이념으로 분열된 사회,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 이웃이 잘되면 배 아픈 사회로는 진정한 선진국반열에 올라서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언행을 일치하고,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며 상호간 존경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항상 말하기 전에 ‘깊이 생각하고 실천가능한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인생의 선배들이 ‘언행일치’를 솔선수범하여 후배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참된 유산’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언행일치’를 생활화·체질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의 인격’을 한 단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일간투데이>-일간투데이김진목 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