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았던 ‘밥상머리 교육’과 세 들어 살던 주인집에서 빌려 보던 함석헌 선생의 책들을 읽고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그는, 역사학이란 망원경과 현미경이 필요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저서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것도 그가 가진 똑똑한 망원경과 현미경 때문이다. 일반론보다는 특정 사건이나 특정 인물을 통해 바라볼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미래지향적인 시대정신을 추구하면서 홀로 외로운 길을 걸었던 인물들에게 애정이 생긴다는 그는, 그가 오랜 시간 연구해왔고 책으로도 펴낸 바 있는 단군과 사도세자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큰 교통사고가 세 번 있었어요. 그중 두 번은 차를 폐차시킬 정도였죠. 근데 그 분들이 도와주셨는지 멀쩡했어요. 교통사고만 1년에 3,000~4,000건을 상대한다는 경찰관도 놀랄 정도였죠. 무속인들 이야기로는 령의 힘이 가장 강한 분이 단군이시고, 그 다음이 사도세자라고 하더군요.” 현재 차기 저서로 집필 중인 유성룡과 윤휴, 이익, 정조 임금 등은 앞으로 그가 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할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은 또 어떤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과 함께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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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에 대한 설레는 기대감으로 이야기를 마쳤을 때, 처음 인사할 때 받았던 명함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달리는 말 위에 앉아서 몸을 뒤로 돌려 두 손으로 활을 쏘는 고대의 병사. “이 그림에서는 말 옆에 발을 끼워 넣을 수 있는 등자가 가장 중요하죠. 당시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겁니다. 이게 없었다면 뒤로 편하게 몸을 돌릴 수도, 자유롭게 두 손을 사용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배운 역사를 반대로도 생각해보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역사평론가 이덕일이 바로 우리 시대의 ‘등자’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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