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목 특별기고] 정직과 용서의 사회, 선진국의 선결조건
[특별기고] ‘정직과 용서’의 사회, 선진국의 선결 조건
김진목 정치학박사
‘정직’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마음이 바르고 곧음’이며, ‘용서’란 ‘잘못이나 죄를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덮어줌’이라고 정의한다.
어느 사회가 정직하고 용서하며 화합과 통합의 사회라면 ‘선진국’의 기본 요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1987년 민주항쟁을 기점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했다. 2009년 11월 25일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에도 가입해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 즉 공여국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아직 우리 현실은 외형상 비약적 발전에 비해 내면적 성장은 다소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준법정신과 아울러 정직성의 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정직성을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시 여기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사회는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무척 싫어한다. 그 예로,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거짓 진술에 대해 허위진술죄가 있으며, 또 진술 거부권.변호인 선임권 관련 미란다 원칙의 유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면 기소 감축이나 형량 감경을 해주는 ‘플리바게닝제도’도 바로 미국에서 발전한 것이다. 즉,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파격적인 사법적 은전을 베푸는 시스템이다.
미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위증과 거짓말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지 그 예를 볼 수 있다. ‘클린턴 성추문 사건’에서의 클린턴은 위증과 사법방해 행위로 탄핵안이 비록 상원은 부결됐지만, 하원에서 가결돼 망신을 당하고 간신히 대통령직을 유지한 사례가 있고,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 대통령은 도청사건의 백악관 관련을 부인했으나 결국 사실로 드러나 하원 사법위원회의 대통령 탄핵 결의가 가결됨에 따라 대통령직을 사임하게 됐다. 이렇듯 미국 정치에서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위증에 대해 철저하게 응징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떤가?
상당수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경제인들이 검찰에 소환될 때 죄를 떳떳하게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분들이 몇 분이나 있었을까? 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검찰에서 회계분석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어렵게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하면 법원에서는 법률 규정의 명확성 부족의 탓인지 직무 관련성이나 부정한 청탁 등 즉 대가성 입증 부족 등을 이유로 상당수 사건이 무죄로 선고되고, 설혹 유죄가 인정돼 실형을 살더라도 대통령 특별사면이라는 구제제도가 있어 구태여 체면 구기면서 스스로 범죄를 자백하고 비난 받으며 재기의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말로 대가성 없이 친분상 순수하게 수수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증여인데 과연 이들이 증여세를 납부했을까?
그리고 수억, 수천의 수수가 대가성이 없다면 수백만원을 받고 구속되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뇌물죄는 어떻게 설명할 지 난감할 것이다. 즉, 그 정도의 고액이라면 언제라도 대가성으로 변질될 수 있다.
앞으로 1억원 이상의 금품수수는 그 자체가 범죄가 되는 ‘고액금품수수죄’를 신설하는 등 법률의 흠결사항들을 공청회 등을 거쳐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거짓.왜곡현상의 주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사회에 만연돼 있는 ‘정직성의 결여’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제 변해야 한다. 시대와 환경에 맞게 변하지 않으면 진정한 선진국의 진입은 요원할 것이다.
법치주의 확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정직성’ 확립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는 공무원 성과평가서에도 정직성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반영하고 최고 가치로 취급하며, 최고의 상을 신설해 동기부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범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에게는 현재의 양형기준상 실제 부과될 형벌의 상당 부분을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유죄협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직하고 잘못을 시인하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사법적 은전을 주는 것은 당연하며, 증거가 부족한 것을 이유로 사실을 왜곡하고 완강히 부인하는 자들에게 엄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싶다.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해 무죄를 받는 그런 일들은 사회정의 차원에서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는 법정에서 증인이 선서 후 허위진술하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처벌할 수 없으며, 아울러 수사기관에서는 누구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미국과 같이 수사기관에서 수사시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들이 허위진술하면 이를 별도의 죄 즉 ‘허위진술죄’로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물론, 법원에서 피고인이 허위진술하는 것도 허위진술죄로 처벌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으로 이 사회의 거짓말을 퇴치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면 더 이상 이를 미룰 하등의 이유는 없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또, 기속적인 양형기준법을 제정해 양형의 일탈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법부의 권위가 반듯하게 설 것이며, 사건 관련자들이 그 결정에 승복하게 될 것이다.
한편, 용서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민사를 형사화한 사기죄나 횡령, 배임죄 등 재산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적용해 수사나 재판시 바로 종결하고, 사건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화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즉, 탄력있는 실체적 진실규명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고소인의 신속한 법감정 해소와 국가의 불필요한 수사 방지 및 사법비용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자백하고 용서하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허위고소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고죄를 보다 엄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과 적법절차가 모두 존중돼야 하나, 적법절차에 큰 하자가 없는 한 실체적 진실이 보다 중요한 가치임을 헌법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 수단이 목적이 돼서도 안되며, 이를 정당화해서도 안된다.
또한, ‘부자는 1대에 한한다’는 정신개혁 운동과 이에 걸맞는 정책 혁신안으로 이를 실현시켜야 한다. 즉,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적정금액(예: 부동산과 동산을 합해 10억 이하만 상속 또는 증여)만 자손들에게 상속 또는 증여할 수 있고, 그 이상의 금액은 모두 국민들에게 환원시키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 재벌이나 일정한 부자들의 상속이나 증여시 특별세무감사의 대상으로 삼아 상속세나 증여세가 탈루되지 않도록 원천봉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GNP 2만불 시대는 국민 모두의 노력의 결과이며, 함께 공유할 대상이지 부유층 극소수가 모두 독점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서민들의 체감 GNP는 5000-6000불 정도에 불과한 것을 부유층들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명확한 ‘인터넷 실명제’를 통해 자신을 명백히 밝히고, 악성루머나 인신공격 등 언어폭력은 애초에 금지되며 자동 삭제토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그럼에도 이를 어길시 엄벌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자기 자신을 억제할 수 없다면 권리도 박탈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비방은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인신공격성 비난과 비방은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 도입의 효과로는 한국의 고소남발 사회를 개선할 수 있고, 거짓말 풍토를 개선해 올바르고 정직한 사회를 조성하고, 죄를 자백하고 반성하는 사회를 조성하며, 정직함이 최고의 가치임을 자각시켜 정의가 넘치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 또, 부모의 유산으로 잘사는 사회가 아닌 본인 스스로 노력해 성공하는 ‘자수성가 사회’를 실현하고, 기회 균등과 형평성의 사회를 만들고, 수단보다 목적이 우선시 되는 사회를 구현하고, 수사비용과 사법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을 가져오며, 인터넷의 적정한 활용으로 화합과 소통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이 ‘법을 준수하고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는 나라,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진목 정치학 박사
[액션블로그기자 : 해피송(송태열)